이전 포스팅을 통해 터틀 크림의 두번째 프로젝트, Sugar Cube의 소식을 알렸습니다
현재 슈가큐브는 Pig-min Agency를 통한 외부 테스트 중입니다.

사실, 이 게임의 첫 버전을 본 에이전시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 유저를 조롱하는 듯한 극악의 난이도.
- 아이리스 부터 계속된 터틀 크림 특유의 불친절함.
-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한 정보를 죽으면서 깨닫게 된다는 점.
- 뭔가 어색하게 엉켜있는 퍼즐요소들.
- 그 밖에 여러가지...

아무래도 이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역시 유저의 죽음을 강요하는 퍼즐 구성이었죠. 무지막지만 혹평을 듣고 저 역시 당황했습니다. 사실 처음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애초에 저는 '음 죽어가면서 정보를 얻어 클리어 하는 게임 재밌겠는데?' 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누적되는 게임오버로 느끼는 유저의 스트레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거든요.

두번째 문제는 게임을 해본 유저가 개발자에게 놀림당하는 기분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앞에서 언급한 첫번째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지적을 받고 많이 순화 시킨 현재 버전의 레벨을 플레이 해보신 테스터분들 일부에게서도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 입장에서 눈 앞에 마주한 퍼즐이 해결 가능해 보이는 장애물로 인식 되는 것과, 개발자의 손에 놀아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트랩으로 인식되는 것의 차이는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결국 이 외에 여러가지 문제를 종합해보면, 현재의 슈가큐브는 유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슬프게도 이런 심각한 문제를 깨달은 지금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에 본질적인 해결은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만, (현재는 자세히 공개할 수 없지만, 게임의 코어 아이디어가 유저에게 어느정도의 스트레스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태라서요.) 유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레벨디자인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정리해보죠. 결국 문제는 처음부터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개발이 착수되기 전 떠올린 코어 아이디어를 수정하지 않고는 현재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왜 이 문제를 캐치하지 못했을까요? 분석해보건데, 책임은 터틀크림의 현재 개발 방식에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

터틀크림의 개발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새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 발상을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아이디어는 한 두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것들이죠. 그리고 나서, 저희는 그것을 충분히 구체화 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개발에 바로 들어갑니다. -_-

결국 슈가큐브의 문제도 여기서 발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의 뼈대가 되는 코어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안 된 채로 개발에 들어가다보니, 개발 중에 계속 자잘한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아, 그건 생각 못해봤는데? 어떡하지...' 이렇게 되는 상황이 꾸준히 발생하게 되고, 게임은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조금씩 처음의 생각과 달라져갑니다. 프로토타이핑 당시에 해야 할 고민을 실제 개발 단계에 와서야 시작하는 것이죠. Cut & Paste를 개발할 당시에도 그랬고, Sugar Cube를 만들때도 그랬습니다. 터틀 크림의 개발은 간단히 요약하면, 처음부터 막았으면 될 큰 구멍을 막지 않아서 계속해서 생기는 작은 구멍을 막는 '스스로 뚝방을 막아 마을을 구한 소년'과 같은 상황이랄까요. 터틀크림은 그러면서도 결국 마을을 구하는 데는 실패하는 멍청한 거북이가 되버리는 겁니다. 흑.

안되는 글발로 이래저래 설레발을 쳤지만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겁니다.

'실제 개발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코어 아이디어는
결국 프로젝트 전체를 망치게 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단순히 머리로 고민하기 보다는 프로토타이핑을 통해서 문제를 찾아보는 게 더 좋겠습니다. 그치만 우리 귀여운 각설탕 각설이, 아직 안 죽었습니다. 이제 반성과 자학은 이만 하고, 우리 각설이 심장 마사지 하러 가야겠어요.

2010/07/20 18:24 2010/07/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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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념 2010/07/20 21:04

    자학이 너무 심하셔요...-.-;;;
    그래도 최신버전의 슈가큐브는 재미있었습니다.
    자주 죽는건 힘들었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각설탕군이 좋은 마무리 되길 기대할께요 !!!

    • mrkwang 2010/07/20 21:06

      선생님의 훈훈한 마무리를 보았다...

    • 감자 2010/07/21 14:40

      자학의 나락으로 빠진건 결코 아닙니다.
      선생님 보시기에 좋은 각설이가 되도록 노력!

  2. 88black 2010/07/20 21:17

    테스트 했던 놈입니다 (_ _)

    솔직한 포스팅에 조금 놀랐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 한 배웠습니다. 앞으로 나올 게임 기대하겠습니다.!

    • 감자 2010/07/21 14:40

      제가 원래 너무 솔직한게 탈입니다.
      테스트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3. 루미스 2010/07/21 15:40

    작은 구멍이 때로는 큰 애로사항을 낳기도 하는 거군요.
    퍼즐치지만 뒤늦게 클리어하게 된 1인...ㅇㅅㅇㅋㅋ

    • 감자 2010/07/22 03:18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테스트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4. DeaDCaT 2010/07/21 16:08

    저역시 테스터입니다.
    그런데 굳이 자학까지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플립이 전혀 보이지 않아 확실히 유저에게 죽음을 강요한는 면이 있긴 한데, (이점은 초반1회 잠깐 뒷면을 보여준다던가.. 하면 되지않을까요?)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띄엄띄엄 플레이해서 한 10스테이지쯤 가니깐 완전히 적응이 되어서, 오히려 즐거이 죽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밌는게임 감사합니다~

    • 감자 2010/07/22 03:19

      열등감을 딛고 일어설 각설이를 응원해주세요.
      테스트에 참여해 주셔서 갑사드립니다.

  5. 더위사냥 2010/07/23 12:16

    급히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갑자기 넘어졌는데, 알고보니

    1. 어느 악동이 화장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낚기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절묘한 장소에서 바나나껍질을 슬쩍 던져둔 상황.

    2. 어느 무개념 초딩이 화장실 진입자체를 방해할 목적으로 억지로 문앞에 바나나껍질을 수십개 뿌려둔 상황.

    1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일견 유쾌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2의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기분 더럽겠지요... 1의 경우엔 '다음엔 속지 말아야지' 하고 미리 준비한 상태로 화장실 진입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2번은 그저 끊임없이 넘어지는것 이외엔 진입할 방법이 없지요...

    오직 클리어를 위해 발버둥 치는것을 목적으로 만든 퍼즐이라면 즐거울리 만무하겠지요... '아무것도 남지않는 스테이지 진행을 위해 트라이앤 에러를 반복하는 구조' 는 결코 즐거울수 없지요.. 매 죽음이 예상치 못한 반전이어야 하고 허를 찔리는 습격이어야 게임이 유쾌해집니다.. 일본 인디게임중 극악마리오 같은걸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감자 2010/07/27 00:0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극악 마리오..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6. 2010/08/08 18:53

    힘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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